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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생명들에게서 배운, 삶의 무게와 공존의 의미
행복을 바라는 유기견 보호소
작성일 : 2025-09-0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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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자락, 8월의 뜨거운 햇살이 쏟아지던 날이었다.
6년간 수의사의 꿈을 꾸며 달려온 나에게 동물 보호소 봉사는 낯선 경험이 아니었다. 하지만 작년 여름, 학교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방문했던 유기견 보호센터에서의 8시간은 지금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곳은 단순한 봉사 활동을 넘어, 생명을 다루는 직업의 무게와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책임감을 절실히 깨닫게 해준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보호소의 첫인상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열악했다.
케이지마다 켜켜이 쌓인 배설물과 찌든 먼지는 퀴퀴한 악취를 풍겼고, 축축한 습기가 가득한 공기는 숨 쉬기조차 힘들게 했다. 그 환경 속에서 수많은 동물들이 머물고 있었다. 탯줄도 채 떨어지지 않은 채 버려진 어린 강아지와 고양이, 사람의 손을 한참 타다가 버려져 초점 잃은 눈으로 웅크리고 있던 노령견,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은 친구, 얼굴에 종양이 너무 커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친구까지. 그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있었다.
어떤 아이들은 사람에게 배신당한 기억 때문인지 잔뜩 경계하며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여전히 사람의 손길을 그리워하며, 케이지 앞으로 다가서기만 해도 꼬리를 흔들며 애정을 갈구했다. 그 순수하고 해맑은 눈빛을 마주할 때마다, 이토록 무책임하게 버려진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버림받은 상처로 인해 이미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아이들의 눈동자를 보며, 차마 다가가지 못하고 발걸음을 멈추기도 했다.
하지만 그곳에는 희망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부족한 인력에도 불구하고 보호소 원장님은 모든 아이들을 가족처럼 돌보고 있었다. 병원 치료가 절실한 아이들을 위해 사비를 털어 동물병원을 오갔고, 안락사 위기에 처한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SNS 홍보에 매달렸다. 다른 직원분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봉사 활동을 온 우리에게 "와줘서 정말 고맙다"며 연신 미소 짓던 그분들의 모습은 땀과 악취로 뒤덮인 공간 속에서 한 줄기 빛처럼 빛나고 있었다.
우리의 주요 임무는 청소와 소독이었다.
쉴 새 없이 오물을 퍼내고, 묵은 때를 닦아내고, 아이들의 몸을 깨끗이 씻겨주는 단순하지만 고된 일이었다. 찌는 더위 속에서 땀은 비 오듯 쏟아졌고, 빗자루와 걸레를 든 손은 금세 물집이 잡혔다. 장화 안은 이미 땀으로 축축해져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지금 왜 여기서 이렇게 고생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도망치고 싶었다.
그때, 깨끗하게 목욕을 마친 한 아이가 뽀송해진 몸으로 다가와 내 다리에 머리를 비볐다.
그리고 그 옆에서 목욕을 마친 다른 아이도 연신 꼬리를 흔들며 나를 바라보았다.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던 그 순간, 깨끗해진 아이들의 모습과 고마움을 담은 눈빛이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봉사 활동을 마칠 무렵, 원장님께서는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건네주셨다.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이토록 고되고 힘든 봉사 활동이, 땀으로 범벅이 된 나의 몸과 마음에 깊은 의미를 새겨주고 있음을.
그렇다면, 수의사는 어떤 마음 가짐을 가져야 하는가?
생명을 다루는 수의사라는 직업은 단순히 동물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삶을 책임지고 보호하는 막중한 사명감을 필요로 한다. 그날 나는 동물들과의 진정한 공존이 무엇인지 몸소 체험했다. 그들은 사랑과 돌봄을 받을 권리가 있는 소중한 생명체다. 그들을 향한 진정한 관심과 책임감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임을 깨달았다.
현대 사회에서 반려동물은 더 이상 단순히 '애완용'이 아닌,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반려'의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소득 수준 향상과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문제는 이들을 생명체로서 존중하지 않고 단순히 '귀여움'이나 '외로움을 달래주는 도구'로 여기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반려동물은 결코 소유물이 아니다.
그들도 아픔을 느끼고 감정을 교류하는 하나의 인격체다. 한 생명을 가족으로 맞이하는 것은 그들이 죽는 날까지 책임지겠다는 약속과 같다. 단순히 '귀여워서', '혼자 외로워서'라는 이유로 충동적으로 입양하고, 자신의 사정으로 인해 쉽게 포기하고 버리는 행위는 그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그 상처는 결국 우리 사회 전체의 아픔으로 돌아온다.
동물 보호소에서 만난 아이들은 버려진 아픔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사람을 믿고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들의 순수한 눈빛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우리는 함께 살아갈 자격이 있나요?"
이제 우리는 동물과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동물들의 삶을 존중하고, 그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작은 생명을 향한 따뜻한 손길과 책임감이 모여, 사람과 동물이 진정한 가족으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3.1정신은
<자유, 평등, 평화, 공생, 공존, 인류의 행복을 추구 합니다.>
작성일 : 2025-09-05 11:14 / SIC 정민혁 기자(wjdalsgur03360@naver.com)






